"제 값 받을 수 있을 때 다시 상장" … 태림페이퍼 상장 철회

입력 2022-05-11 14:17   수정 2022-05-11 14:18

이 기사는 05월 11일 14: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골판지 원지 생산기업 태림페이퍼가 수요예측 실패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아래에서 매수하겠다는 기관투자가가 대다수였다. 모회사 글로벌세아그룹은 공모가 하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는 이날 오전 글로벌세아그룹 고위 관계자와 주관사 등이 모두 참여한 회의를 진행한 결과 최종적으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재추진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2016년 자진 상장 폐지 이후 6년 만의 재상장이 무산됐다.

올해 들어 상장을 철회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SK쉴더스에 이어 태림페이퍼가 다섯번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림페이퍼는 지난 9~10일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 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 희망 공모가격(1만9000~2만2000원) 하단 아래로 공모가를 내릴 의향이 있다면 주문을 넣겠다는 매수 문의가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세아그룹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철회로 이어졌다.

공모가 하향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건 투자금 회수를 해야하는 재무적투자자(FI)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글로벌세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세아상역이 태림페이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태림페이퍼의 가치에 대한 글로벌세아그룹의 확신이 담겼다.

대다수 기관투자가는 태림페이퍼의 실적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889억원, 영업이익 1172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6%, 영업이익은 58.8% 증가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잘 나온 건 맞지만, 코로나19 특수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며 “리오프닝 이후에도 지난해와 같은 호실적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태림페이퍼가 기업공개를 위한 투자자 미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부분이다. 골판지 원지 시장이 산업 성장에 비례해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태림페이퍼의 경쟁력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제 몸값을 받을 적기를 다시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2020년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 태림판지를 IMM PE로부터 인수할 당시 향후 국내 골판지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시장점유율 1위인 태림페이퍼의 시장 지위 역시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 이번 희망 공모가 범위가 이미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2020년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 등을 약 73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IPO에서 제시한 태림페이퍼 몸값은 공모가 기준 6159억~7131억원이다. 공모가를 더욱 낮추는 선택지가 배제된 이유다.

다만 시장과 눈높이를 맞추는 판단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철회로 인한 기업 이미지 악화와 투자자 신뢰 하락 역시 상장을 재추진할 때 태림페이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언제 상장 작업이 재추진될지 불분명하다.

시장 관계자는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이하면서 증시가 내년까지는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상황은 계속 안 좋아질 텐데 상장 시기를 미루는 것은 오히려 적기를 놓치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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